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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세계] 100년 기도운동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라-이상혁목사

2023-09-14 / 이대희

100년 기도운동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라 


이상혁 목사 서울남·강남동·개포교회 담임

100년기도운동 사무총장


주님 앞에서

그간 안일했던 게으름과 나태함을 고백하려 하면

끝도 없이 추락하는 교회를 간신히 끌고가는 무참함을 토로하려 하면

시든 지 오래된 복음의 열정을 선창하려 하면

기도의 불길이 꺼진 제단을 드러내고자 하면

세상이 감당치 못할 성도가 아니라 세상을 감당치 못하는 성도를 양산한 책임을 지려 하면

오가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소금이 된 지 오래된 교회를 내보이라 하시면

"내 피로 산 교회를 어찌하여 이 꼴로 만들었느냐? " 주님이 물으시면

머리 들 수 없는 죄를 지은 종들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나이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몇 달 전부터 100년 기도운동을 한다는 소문이 솔솔 퍼졌나 보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어이! 100년 기도 사무총장님, 대단한 감투 쓰셨어!” 능글맞게 인사를 건넨다. 안 어울린다는 말일 것이다. 20년 전에도 그랬다. 내가 북미 호피(HOPI) 인디언 선교사로 파송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똑같은 반응이었다. “하나님이 드디어 호피 인디언을 포기하시는구나!” “하나님이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너 같은 놈을 선교사로 다 부르시냐?” “네가 그 사막에서 얼마나 견디나 우리가 지켜볼 거다.” 그때 나는 친구들의 말이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같이 낄낄거리며 웃었던 것 같다. 왜? 그들이 나를 잘 아니까. 그리고 사실이니까.


그렇게 시작한 선교사 생활을 7년 했다. 미국에도 선교사가 필요하다고, 여기 방치구역에서 소리 없이 소멸되는 인디언들이 있다고, 와서 많이 부족한 선교사를 도와달라고…. 내가 일을 잘 못하면 잘하는 사람을 초청해서 대신 하게 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줄기차게 외쳤다. “Will you pray?(기도해주시겠습니까?)” “Will you give?(후원해주시겠습니까?)” “Will you come over, and help me?(와서 나를 도와주시겠습니까?)”


1995년부터 시작된 감리교회의 호피 인디언 선교는 28년째 이어지고 있다. 호피 인디언 선교사로 파송받은 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선교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지금 우리 북미 인디언 선교회에는 안수받은 선교국 파송 선교사가 5명 있다. 모두가 하나님의 채워주심이다.


100년 기도운동 하자고 하니 대체로 이런 반응들이다. “기도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기도한다고 없던 희망이 생기겠어?” “지금까지 우린 기도해 왔어. 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기도운동을 하겠다고 난리지?” “100년 살지도 못할 거면서 왜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지?” 이런 말을 들으면 되묻고 싶다. ‘그럼 무엇을 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생길까?’, ‘무슨 운동을 하자고 하면 설득될까?’ 100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나는 올해 초 기미년생 목사님의 장례를 집례했다. 고 안재정 목사님(1918~2023)의 장례였다. 기미년이면 유관순 누나가 검은 치마 휘날리며 태극기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신 해다. 105년 전에 태어나신 안재정 목사님은 돌아가시기 전, 내게 전화를 걸어 “개포교회의 북한 선교 적립금 현황을 보고하라”고 쩌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목사님 장례를 치르면서 100년이 결코 먼 시간이 아니며 한 뼘도 안 되는 시간임을 알았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인간은 원래 영원한 존재다. 하나님은 70년, 강건하면 80년 사는 유한한 우리에게 영원한 시간을 내장하셨다. 우리가 고작해야 100년짜리라면 굳이 독생자를 보내주셔서 그 비싼 값을 치르게 하실 필요가 없다. 인간이 진짜로 먼지 같고 티끌 같은 존재라면 굳이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셨다 가셨을 리가 없다.


나는 대전 한빛교회 백용현 목사님이 “100년 기도운동에 이 목사가 사무총장 일을 해주면 좋겠어.” 하셨을 때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르심보다 강력한 콜링은 ‘몰아가심’이다. 언젠가는 하나님이 나를 기도의 자리로 몰아가실 줄 알았다. 기도의 자리에서 온 마음을 요구하실 줄 알았다. 나는 이제부터 기도하려고 한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하는 친구가 있어도 이제부터는 같이 낄낄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하나님이 내게 너무 많은 은혜를 부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100년 기도운동’은 감리교회의 기도를 회복하는 운동이다. 감리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운동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것이 새로운 감리교회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도를 하자는 것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며, 감리교회 목사였던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것에 새롭다고 덧붙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그들의 진실한 기도와 성실한 목회를 뛰어넘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주님 앞에서, 그간 안일했던 나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고백하려 하면, 끝도 없이 추락하는 교회를 간신히 끌고 가는 무참함을 토로하려 하면, 시든 지 오래된 복음의 열정을 선창(宣暢)하려 하면, 기도의 불길이 꺼진 제단을 드러내고자 하면, 세상이 감당치 못할 성도가 아니라 세상을 감당치 못하는 성도를 양산한 책임을 지려 하면, 맛을 잃고 밖에 버려져 오가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소금이 된 지 오래된 교회를 내보이라 하시면, “내 피로 산 교회를 어찌하여 이 꼴로 만들었느냐?” 주님이 물으시면 머리 들 수 없다.


그리하여 가장 돈 안 들고 쉬운 일을 하려고 한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밖에 모르고 기도밖에 모르는 순진한 성도들과도 함께 하고자 한다. 이 운동은 그래서 정치화될 수 없다. 그랬다가는 벌을 받을 것 같다. 나부터, 지금부터, 여기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감리교회 6,659개 교회가 하루 24시간 릴레이로 한 교회씩 기도하자는 것이다. 일 년에 365개 교회가 참여하면 10년 동안 3,650개 교회가 된다. 이들 교회가 10년에 한 번씩 참여하면 감리교회는 100년을 기도하게 된다. 24시간 기도에 필요한 매뉴얼은 100년기도운동본부에서 지원한다.


다른 사람들 볼 것 없다. 100년 기도운동은 하나님께 무릎 꿇은 나를 보여드리는 운동이다. 9월 1일(금) 오후 9시부터 100년 기도운동의 시계가 돌아간다. 홈페이지와 앱에 접속하면 실시간 누가 어디서 기도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24시간 365일 한시도 빠짐없이 교회와 성도들을 이어붙여야 하는데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다. 능력 없고 우스운 사람 될까 봐 걱정도 된다. 그러나 이 운동을 통하여 지금보다 조금 더 뜨겁고 조금 더 생기있는 감리교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선교사 때 줄기차게 했던 그 외침을 다시 하려고 한다.


“100년 기도운동을 위해 기도해주시겠습니까?”


“이 일을 위해 후원해주시겠습니까?”


“와서 동참해주시겠습니까?”


이 글은 <기독교세계> 9월호(1100호)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 기독교세계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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